255번 용병 리치 스토리
언데드 마법사, 불사의 몸, 강령술
등 이것들은 모두 리치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리치는 강력 한 마법사,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천재 마법사였습니다. 리치이기 전에 천재 마법사였던 그는 본인도
잘난 것을 알았습니다.
이 나라에는 법이 있고 당연히 이 법은 마법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금지된 마법, 배우면 안되는 마법, 배우지 못하는
마법. 천재 마법사는 욕심도 많았습니다. 그는 끝없는 지식을
원했지만 이런 것은 법에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이 나라와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습니다.
더 강력하거나 모두가 놀랄만한 마법을 하고 싶어 했던 천재 마법사는 나라가 알려주지 않은 마법들을 어떻게든 쓰고
싶어 직접 연구도 하고 실험도 했지만 항상 2%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찾을 방법을 생각하러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고 이때도 평소와 같이 처음 보는 곳을 왔을 때 였습니다.
이곳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숲은 숲인데 나무가 다 죽어가는 듯 축 처져있고 색도 싱싱하다는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 분명 오전이었는데 숲에 들어가자 하늘도 보랏빛으로 변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숲을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마법사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걷다 이러다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 쓰러져가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말이 다 쓰러져가는 집이지 사실 짓다가 포기해서 뼈대만 남아있는 그런 나무집 같았습니다. 문을 열지 않아도 벽이 없어 내부가 다 보였고 크기는 정말 사람이 먹고 자고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였습니다.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싶지만 계속 걸어도 똑같았던 숲에 딱 이곳에만 집이 있었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마음을 먹은 뒤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밖에서 보았듯이 내부는 정말 특별한 것도 없었고 평범했고 오히려 가구가 너무 없었습니다. 침대와 옷장과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깨져있지만 어느 정도 보이는 손거울.
우선 손거울이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해체 마법과 분석 마법을 쓰는 등 다양한 마법으로 조사해봤지만 걸리는 건 없었고 그냥
평범한 손거울이었습니다. 다음은 옷장의 문을 멀리서 마법으로 조심스럽게 열어보았지만 옷장 역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침대도 이불과 베개를 들춰보았지만 어느 무엇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포기하고 계속해서 더 들어가봤겠지만 마법사는 포기하지 않고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다 집 안에 있던 것들을 다 띄워보니 침대 아래에 지하로 향하는 문이 있었습니다.
들어가진 않았지만 왠지 그토록 자신이 바랬던 새로운 마법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을 여니 안쪽은 매우 깊어 보이며 언제까지 걸어야 할지도 가늠이 안 갈 그럴 깊이처럼 보였고 어둡기도 매우
어두웠습니다. 마치 들어오지 마라, 각오된 자만 들어오라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매우 긴장되면서 자신이 이렇게까지 떨게 되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각이 솟아올랐습니다. 마법으로 자신의 주위에 빛이 돌게 한 뒤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은 것처럼 먼지는 엄청났고 한걸음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꽂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보니 자신이 마법을 연구할 때처럼 온갖 책들이 책장에 박혀있고 많은 램프들이 책상 위에
올라가있었으며 아주 오래전에 쓰던 고어인 것 같은 글씨들이 빼곡히 써져있는 종이들도 많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바닥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50.
널브러진 종이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몇 안됐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마법사이니 상관은 없었습니다. 당장 해석 마법과 독해 마법을 동시에 쓰며 빠르게 책의 내용들을
읽어봤습니다. 그러다 뇌에 꽂힌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불사라는 단어였습니다.
그것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본인 수준이면 충분히 가능할 만한 마법이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그야말로 어차피 죽는 자신의 몸을 죽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나고 한기도
돌았습니다. 이대로 한다면 진짜 죽거나 불사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인데 마법사는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바로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책들도 더 살펴보니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마법들이 무수히 넘쳐났기에
이 공간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환상의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밤낮이 바뀌고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생각할 틈이 없어
오직 불사의 몸이 될 수 있는 마법에만 집중했습니다.
마침내 불사의 몸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게 되고 다른 마법들까지 익혀 어디를 가던 그를 이길 수 있는 마법사는 없을
거 같은 그런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마법사라 칭하지 않았습니다. 언데드류의 마법을 익히고 본인의 몸도 언데드화가 되었으니 그는 리치라 불리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몸에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뼈가 끊어지고 뒤엉키며
피가 빨아먹히는 느낌과 살가죽들이 찢어지는 느낌. 그는 순간 자신이 실패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언데드가 되기 위한 변화였을 뿐입니다.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어도, 혹시 진짜 죽는다 해도 죽는 게 아닌 다시 살아나고 재생하는 그것이 리치였습니다.
이곳엔 거울도 없어 본인의 몸이 정확히 어떻게 변화했는지 몰라 지하에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올라온 뒤 곧바로 손거울을 들어 올려 자신의 모습을 본 순간 거울을 떨어뜨렸습니다. 왜 이 손거울이 깨져있었는지, 이런 음침한 숲에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더 이상 전의 모습으론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얼굴은
끔찍이도 살이 다 벗겨져 뼈만 남게 되어 해골의 얼굴로 남게 되었고 자신에게 있는 가죽이란 가죽들은 마치 시체,
아니면 좀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그런 형태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불사의 몸. 특히 언데드의 주문을 통해서 불사가 된다는 건 정말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선택했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는 그런 건 뒷전이고 죽을 수 있지 않는다는
생각에 바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리치는 놀라긴 했지만 이런 모습도 썩 나쁘지만은 않을 거 같았습니다.
대가 같은 일이라 생각해 받아들였습니다.
이 숲에 왔을 때 느꼈던 불쾌함이 이미지화된다면 마치 이런 느낌일 것 같았습니다. 눈앞에 포탈이 생겼는데 이곳이 지금 모습의 자신이랑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자신은 이제 정말 최강이 되었다 생각해 두려움 따윈 들지 않고 머릿속은 기쁨 반 설렘 반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던 지옥의 이미지가 아마 이런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그곳보다 많이 고요하고 어둡고 검은색의 세상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종족들도 다양했습니다. 같은 언데드긴 하지만 좀비, 구울,
미라, 뱀파이어, 강시, 레이스 등 정말 많은 존재들이 있었으며 리치가 된 자신도 이쪽 계열에 합류했습니다.
살아있는 상태인데 지옥으로 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금방 적응했고 해골과 같은 언데드들을 소환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지식이 없던 몇몇 언데드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지식들을 넣기가 쉬워 여러 언데드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강의 마법사가 되었다는
생각도 잠시 그는 이렇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식들을 또 마구 탐했습니다. 이곳 지하세계에 와서
새로웠던 지식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쌓은 지식들도 많았지만 아마 그가 평생 만족하게 될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어쩌면 그는 불사의 몸이니 죽진 않지만 죽을 때까지 괴로워할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불사에 대한 대가인 것일 겁니다.
나름의 생활에 만족했습니다.
리치가 된 후에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전보다
매우 강력해졌으니 더 다양한 다른 세계들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불사 이외에 최고의 축복이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모습 때문에 다른 세계라 해도 정상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인간이었던 자신은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세계여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로 언데드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을 하고서도 평생 죽지 않는다는 것도 계속해서 지식을 원하는 것도 다 알고 있고 그는 처음에 불편했던 것도 서서히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영원히 살아가며 끝없는 지식을 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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