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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볼케이노

레어용병 근거리
불타오르는 화염의 용병 등장!
247번 신규 용병 볼케이노 등장!

볼케이노는 활화산인 안드라 산 주변을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제나 밝고 힘찬 아이로 모든 마을 사람들과 친분이 있을 정도로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마을 어른과 젊은 사람들도 그런 볼케이노를 가족과 같이 챙겨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기억들이었습니다. 철부지 같은 얼굴로 인사하면 인자한 미소로 반겨주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그날은 좀 달랐습니다. 촌장님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심각한 얼굴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는 듯 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좀 다듬어 보자면, 그것은 마을 촌장님의 아들이 안드라 산에서 무엇인가를 목격한 이후였습니다.



볼케이노는 그 당시 너무나도 어렸기 때문에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였습니다. 천진난만했던 볼케이노는 그저 자신과 놀아주지 않던 마을 어른들이 야속하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어른들이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하던 사이에, 따분했던 볼케이노는 혼자서 산속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둔기처럼 휘두르며 놀고 있는 볼케이노는 자신의 앞에서 무엇인가 붉은 빛을 뿜어내는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매우 조그마한 크기의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등에는 4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요정이었습니다. 볼케이노가 요정을 쳐다보자 요정은 산속 깊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본 요정이 신기한 볼케이노는 요정을 따라 산속 깊은 곳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요정을 쫓던 볼케이노는 어느덧 산 정상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산의 정상에 오른 볼케이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분화구에서 마그마가 흘러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년이라는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화산 안드라 산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입니다. 볼케이노가 쫓던 요정은 안드라 산을 지키던 화산 요정이었습니다. 화산 요정은 평생을 화산에 살면서 화산에 이변이 생길 때 마다 잠재워 주는 수호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요정의 힘은 약해졌고, 마침내 화산을 잠재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화산이 요정의 힘으로부터 벗어나자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그마를 보고 두려움을 느낀 볼케이노는 산을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다시 산 정상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바로 자신이 쫓던 요정이 생각난 것이었습니다. 요정은 분화구 근처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볼케이노는 요정을 품에 안고 빠르게 산을 내려갔습니다. 산을 반쯤 내려오자 땅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화산의 분화구에서 엄청난 폭발음 터졌습니다. 볼케이노는 폭발음을 듣는 동시에 하늘에 떠있는 부유감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습니다.



의식을 차린 볼케이노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난 후였습니다. 하늘을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는 잿더미와 이미 식어 굳은 용암 덩어리들을 보아 화산 폭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건,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을 초토화 시켰음에도 볼케이노는 너무 멀쩡했습니다. 볼케이노가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에 품에 꼭 안고 있던 요정의 몸이 잿더미처럼 부서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화산 요정은 그 태생부터 화산의 모든 부분과 친화적인 생물체로 화산의 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화산 요정이 이런 최후를 맞이했다는 건, 요정이 자신의 힘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요정은 자신의 힘이 부족하여 더 이상 화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 시간마저 촉박하였습니다. 그때 요정 앞에 누군가 나타났습니다. 요정 앞에 나타난 사람은 볼케이노였습니다.



요정은 볼케이노를 산 정상으로 데리고 가 이 위험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요정은 우연히 마주쳤던 볼케이노를 선택하는 방법뿐이였습니다. 자신의 뒤를 뒤따라오는 볼케이노를 확인한 요정은 분화구에서 점점 마그마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한 볼케이노에게 얼른 마을 사람들에게 가서 이 사실을 전하라고 말하고 싶었었지만, 볼케이노와 대화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요정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볼케이노는 마그마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화구에서 내려가 하산하고 있었습니다. 요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화구를 쳐다봤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을 때 볼케이노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너도 무서울 텐데 혼자 내려가서 미안해.”

볼케이노는 멋대로 자신을 품에 안고 빠르게 산을 내려갔지만, 요정은 이러다가는 이 아이까지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을 살리겠다고 다시 올라온 볼케이노에 대한 고마움인지는 요정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이 아이만큼은 살리고 싶었던 요정이었습니다. 어느새 화산은 점점 화가 난 듯, 땅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분화구에서는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것을 분출하며 폭발음이 터졌습니다. 요정은 볼케이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볼케이노에게 넘겼습니다. 그렇게 볼케이노는 정신을 차렸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잿더미로 변한 걸 목격했습니다.



볼케이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직접 보고도 믿지 못했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잿더미처럼 부서진 요정을 품에 안고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식어버려서 이미 굳어버린 용암 덩어리와 주변에 널브러진 물건들과 건물들까지 전부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까지 믿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던 볼케이노는 목이 터져라 마을 사람들을 부르며 찾았지만 들려오는 건 볼케이노의 메아리뿐이었습니다. 한순간에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린 볼케이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손바닥 안으로 잡히는 잡히는 잿더미를 움켜쥐었습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자신까지 죽게 내버려두지, 한 순간이나마 자신을 살려준 요정까지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잃게 된 볼케이노는 더 이상 이 마을에서는 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살아남은 볼케이노는 다른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꿈꾸었습니다. 비록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지만 볼케이노는 그런 삶도 점점 적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용병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몇 년 후, 여러 가지 옷들과 누추한 집까지 얻게 되면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다른 날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몸 전체가 뜨거워지는 감정을 느낀 볼케이노는 여태까지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사로잡힌 볼케이노는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마을을 괴롭혔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볼케이노는 투구와 갑옷을 무장하고 자신의 무기인 메이스를 챙겼습니다. 그렇게 동료들과 몬스터를 토벌하러 간 볼케이노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쓰러트렸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엔 벅찼습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동료들이 몬스터로 인하여 쓰러진 모습까지 보게 된 볼케이노였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던 볼케이노는 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볼케이노는 들고 있던 메이스로 지면을 내려쳤습니다. 지진처럼 땅이 흔들렸고 분화구에서 분출되는 마그마처럼 점점 퍼져나갔습니다. 볼케이노는 그대로 이성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볼케이노는 몸 전체가 차갑게 식어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볼케이노는 자신의 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변했습니다. 몬스터들은 전부 죽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동료들까지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몇 명의 동료들은 이미 잿더미가 되고 그 형태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거짓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 볼케이노는 자기 자신이 그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볼케이노를 붙잡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일어났던 화산 폭발로 인하여 마을 전체가 불타서 없어져 버린 사건을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건의 원흉이 볼케이노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붙잡힌 볼케이노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지난 일들을 회상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몇 년 전으로 돌아가 요정을 살리러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보다 조금 전으로 요정을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산으로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붙잡힌 볼케이노를 바라보며 흉을 보기도 하고, 또 이 마을을 사라지게 만들 원흉이라며 욕하기 바빴습니다. 그 마을의 촌장은 마지막으로 볼케이노를 향해서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볼케이노는 아무런 말 없이 미소만 지었습니다. 자신이 원래 살았던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볼케이노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미 죽을 준비까지 끝마친 볼케이노는 서서히 두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점차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던 볼케이노는 서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자신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옷차림과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있는 남성을 쳐다봤습니다. 볼케이노는 어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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