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번 신규 용병 플로리아 등장!
태초의 시간 속에서 세계의 중심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주변에는 끝없는 생명의 힘이 뿜어져 나와 많은 생명이 탄생하였습니다. 훗날 세계수라 불리는 커다란 나무의 주변에는 풀이 나고,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세계수에서 가장 맑고 밝은 생명의 힘이 모여 하나의 싹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 투명한 초록빛 날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생명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렇게 플로리아는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는 세계수에서 눈을 떴습니다. 플로리아는 자신을 낳아준 세계수에 아늑한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세계수의 곁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플로리아가 홀로 세계수의 곁을 지킨 지 어느덧 수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계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생겨났고, 동물들이 세계수의 은혜를 받고 살아갔습니다. 플로리아는 수많은 식물, 동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플로리아가 평소와 같이 숲속에서 동물들과 단란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잔잔함을 품은 바람이 플로리아에게 다가와 희미하게 떨리듯 무언가 속삭였습니다. 바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플로리아는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리아의 발길이 멈춘 곳에는 세계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생명체의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플로리아를 발견하고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무리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플로리아에게 다가가 자신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엘프라고 불리는 종족이며, 세계수의 은혜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플로리아가 엘프에 대해 세계수에게 알리자 세계수는 엘프의 방문을 환영하듯이 많은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엘프들에게 터전을 내주었고, 나무의 열매를 내어주어 그들의 의식주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엘프들 또한 세계수의 은혜에 감사함을 보답하고자 세계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주었습니다. 플로리아는 진심으로 세계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엘프들을 지켜보고 그들을 가족과도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엘프들은 플로리아를 세계수의 정령이라고 불렀습니다.
엘프가 세계수에 정착하고 몇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한 엘프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플로리아를 찾아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소리쳤습니다.
"숲속에서 쓰러진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엘프가 세계수에 정착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플로리아에게 부탁하여 세계수에 결계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그들의 조상은 삶의 터전을 인간들에게 빼앗기고 이곳저곳을 떠돌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언젠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은 세계수를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세계수의 존재와 은밀하게 살아가던 엘프의 앞에 인간이 발견된 것입니다, 인간에게 당한 상처를 품고 있던 엘프는 인간을 죽여야 한다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플로리아는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어 세계수가 가진 생명의 힘으로 인간을 치료하여 주었습니다.
인간을 치료하고 돌려보낸 뒤, 세상에는 세계수에 대한 소문이 퍼져갔습니다. 세계수의 힘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인간들은 세계수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그중 소수의 사람은 세계수에 도착하였습니다. 세계수는 자신을 찾아온 인간들에게도 차별 없이 은혜를 베풀어주었습니다. 세계수의 가지는 행운을 불러오고, 샘물은 병을 치료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하나같이 세계수의 은혜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가지를 베어가고, 샘물을 마구잡이로 퍼갔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세계수에 해가 되겠다고 생각한 엘프들은 플로리아에게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플로리아는 인간이 세계수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인간의 접근을 막기로 결심했습니다.
엘프들이 앞장서 인간의 출입을 막고, 플로리아는 인간들이 세계수를 찾을 수 없도록 더 강력한 결계를 쳤습니다. 새로운 결계가 생기자 인간들의 발걸음은 끊겼고, 세계수의 대한 소문은 인간들 사이에서 잊혀 갔습니다. 세계수의 이야기는 뜬소문으로 여겨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세계수를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왕국의 왕이었던 그는 불치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병이 낫지 않자 왕은 세계수의 힘만이 자신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왕은 군대를 동원하여 엘프들이 사는 숲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마침내 왕은 엘프의 마을을 찾아냈고 세계수에 대해 캐물었지만, 그들은 왕의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왕은 엘프를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리아는 자신의 가족 같은 엘프들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플로리아는 세계수를 찾아온 군대와 맞서 싸웠습니다. 덩굴을 움직여 인간들을 붙잡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풀숲과 나무를 이용해 미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계수를 찾는 데 시간이 계속 지체되자 왕은 자신이 세계수를 찾기 전에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이성을 잃은 왕은 결국 병사들에게 숲에 불을 지를 것을 명령했습니다. 플로리아는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불은 더욱 커져만갔습니다. 힘이 다한 플로리아는 희미하게 보이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의식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플로리아의 앞은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그을린 세계수의 가지는 모두 잘려있었으며, 샘물은 말라 있었습니다. 끝까지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싸운 엘프는 인간들에게 잡혀가거나 죽어있었습니다. 플로리아는 인간들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느꼈지만, 몸을 가누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세계수가 죽어버린 지금 플로리아는 이전과 같은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플로리아는 그을린 세계수를 향해 달려가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리아는 세계수가 죽으면 자신 또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로리아가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은 세계수의 힘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플로리아는 그을린 세계수의 틈에서 자그마한 씨앗을 발견했습니다.
플로리아는 그 자그마한 씨앗을 소중하게 끌어안고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었지만, 다시 세계수를 살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플로리아가 세계수의 씨앗을 품고 떠나려는 찰나, 주변을 경계하던 병사가 플로리아를 발견했습니다. 병사는 플로리아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모든 힘을 잃은 플로리아가 눈을 감고 포기하려던 그때 검을 든 노인이 나타나 병사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플로리아는 노인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봤습니다. 플로리아의 기억과 달리 얼굴은 주름지고 머리는 백발이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수십 년 전 플로리아가 엘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계수의 힘으로 구해준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플로리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나지막하게 건넸습니다. 그러고는 플로리아에게 소란을 듣고 다가오는 병사들에게 칼을 겨누며 어서 도망치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를 두고 도망칠 수 없었지만,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지금 플로리아가 품고 있는 이 씨앗에는 그의 희생 이외에도 엘프들의 희생과 플로리아 자신의 의무가 있었습니다. 플로리아의 뒤편으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차마 뒤를 돌아볼 순 없었습니다. 날갯짓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플로리아는 어디론가 뛰었습니다. 플로리아 자신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무작정 달려가던 플로리아는 돌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씨앗이 플로리아 품에서 튕겨 나갔습니다. 플로리아는 다급하게 일어나 씨앗을 주우려고 하자, 주변의 공기가 이상했습니다.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숲과는 완전 다른 공간에 온 것만 같았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플로리아 앞에 특이한 머리를 한 인간이 오더니 씨앗을 주워 플로리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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