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속 마을에서 태어난 엑자일은 언제나 숲속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언제나 같이 친구들과 숲속에서 놀던 중에 엑자일은 난생처음 보는 동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엑자일은 동굴을 본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동굴에 대한 흥미가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기운에 두려움을 느낀 친구들이 엑자일을 만류하여 일단 마을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운 후에도 엑자일은 그 동굴에 대한 흥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그 동굴에 대한 흥미를 참을 수 없던 엑자일은 늦은 밤 홀로 숲길을 올라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엑자일은 칠흑 같은 동굴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동굴 속은 그야말로 어둡고 캄캄했으며, 동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여름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추웠습니다. 호기심에 동굴 속을 조사하던 엑자일은 조금씩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동굴 속에는 그다지 특별하다 싶을 만큼 눈에 띄는 점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엑자일은 그저 이 동굴이 그저 평범한 동굴이라 치부하며 날이 밝은 후, 다시 동굴을 조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엑자일이 동굴의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동굴의 출구에서 살갗이 베일 듯한 한파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느낀 엑자일은 빠르게 동굴의 빠져나갔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한 여름밤 숲 속에서 동굴 속을 들어갔다 나오자, 공간을 찢어 붙인 것 마냥 초 현실적인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나무와 바위는 서로 섞여있으며, 땅이 하늘 위에 있고 하늘은 파란색이면 무엇인가 규칙적인 선들이 그어져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이질적인 공간을 마주한 엑자일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엑자일의 앞에 곤란하다는 듯이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남성은 자신이 시공간과 차원을 관장하는 존재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남성의 말에 따르면 어떤 존재의 강력한 힘이 차원의 시공간을 크게 뒤틀었고, 그 휘어진 틈 사이에서 차원의 균열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 균열의 영향을 받은 엑자일은 차원 중에서도 가장 고차원의 공간에 머물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몸으로 고차원 공간에 머무는 것은 삼라만상의 법도를 벗어나는 일이기에 때문에 엑자일을 본래의 차원과 시공간으로 되돌려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차원 속 시공간의 영향을 짙게 받은 엑자일에게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미 엉망진창으로 휘어 뒤틀린 시공간은 엑자일이 살던 정확한 시공간의 좌표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엑자일이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날려 보내진 엑자일은 눈앞이 막막했습니다. 그 세상은 엑자일이 살던 세상과는 문화, 환경, 경제,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엑자일은 수년의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으며, 검술의 스승인 베레니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베레니체는 치안 경비대장으로 매우 뛰어난 검술과 특이한 검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녀는 펄스 에너지를 방출하여 만들어진 검을 사용하였으며, 엑자일에게 그 검의 사용법과 검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베레니체를 향한 엑자일의 마음은 점점 사랑으로 변해갔습니다. 엑자일의 노력 끝에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엑자일과 베레니체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베레니체의 자국은 완전히 새로운 신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는데, 신 재생 에너지 기술을 탐내기 시작한 이웃 국가의 침공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엑자일이 사는 도시까지 침공하기 시작하였고, 엑자일과 베레니체를 포함한 경비대들이 그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베레니체가 비록 한 도시의 치안 경비대장일 뿐이지만 그의 실력은 가히 최고라고 부를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상이상으로 많은 적국의 수에 시간이 흐를수록 베레니체는 점점 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엑자일은 베레니체의 등 뒤쪽에서 불운한 그림자는 보게 됩니다.
격렬한 전투 도중 장시간의 전투로 지쳐 방심하고 있던 베레니체의 등 뒤로 적군의 칼날이 매섭게 그녀를 향해 날라왔습니다. 전투 중이던 그녀는 칼날을 피할 겨를이 없었고, 그것을 알고 있던 엑자일은 자기 몸을 희생하여 그녀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엑자일은 죽음조차 각오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베레니체와 적군 사이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적군의 날카로운 칼날이 엑자일의 가슴을 꿰뚫는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갑작스럽게 차원의 공간이 산산이 조각 나며, 재구축되더니 적과 아군 할 것 없이 눈앞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엑자일이 구하려고 했던 베레니체와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적군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엑자일은 또다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차원 이동한 것이었습니다.
수년 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차원 이동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던 자신의 삶을 또다시 산산이 조각냈다는 사실에 엑자일은 매우 괴로워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조차 바쳐 구하려고 했던 베레니체를 만나기는커녕 생사조차도 알 수 없게 된 자신의 처지 속에 삶의 의지를 상실한 엑자일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또다시 차원의 공간에 틈이 찢어지듯 벌어지면서 엑자일을 집어삼켰습니다. 정신차린 엑자일의 눈앞에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그제서야 엑자일은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질 때마다 차원 이동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차원의 공간 에너지에 크게 노출된 엑자일의 몸은 고 차원적인 존재로 만물의 이치가 인식하게 되어 엑자일에게 차원 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었습니다.엑자일에게는 이 능력이 저주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엑자일은 수십 수백 번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숫자만큼이나 엑자일은 새로운 세상의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시간의 영역을 벗어난 엑자일은 나이를 먹지 않으며 죽음을 경험할 수 없는 반 불사적인 존재로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차원 이동을 겪을 때마다 베레니체에 대한 엑자일의 강한 그리움의 탓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베레니체가 엑자일에게 건네주었던 검만큼은 언제나 엑자일과 함께 차원 이동하였습니다. 엑자일은 베레니체와 유일한 접점인 검을 들고 검술을 갈고닦는 것을 삶의 의미로 두고 모든 시간을 검술 훈련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을 시점으로 엑자일은 자신의 몸 속에서 차원의 에너지의 존재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차원 이동을 수 백 번을 경험하고 몸으로 느낀 엑자일은 차원과 시공간에 대한 힘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자일은 비로소 자신의 죽음과 관련이 없어도 차원의 공간을 비틀어 다른 시공간으로 연결된 포탈을 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하는 차원 포탈은 불완전하며, 이미 한번 시공간이 뒤틀린 탓에 그 어떤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힘을 얻게 된 엑자일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포탈을 이용하여 차원을 이동하다 보면 언젠가 베레니체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이었습니다.
엑자일은 자신의 몸에 누적된 방대한 에너지를 소비하여 공간의 틈을 천천히 갈라 차원 포탈을 열었습니다. 차원 포탈 속에는 만물의 에너지가 뒤섞여 있으며, 이 포탈이 어디로 향하지는 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엑자일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천천히 걸어 차원 포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그마치 1048회.
엑자일이 차원 이동을 경험한 횟수이자, 엑자일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처음으로 차원 이동한 횟수였습니다. 차원 이동에는 방대한 에너지를 소비하여 다음 차원 이동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시간의 영역을 초월한 엑자일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엑자일은 차원 이동이 가능할 만큼의 에너지가 회복될 때마다 차원 속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언젠가는 그녀를 만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엑자일은 영원의 시간을 차원 속에서 지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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