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전문가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건설현장에 나가서
벽돌운반, 삽질 등 매우 고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이라는 것이 시공 완료가 되면 바로 일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함정전문가는 그때마다 새로운 현장을 찾아 다니느라 끼니도 챙겨먹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사장비를 연구하는 연구소 증축 현장에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곧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에 도착한 함정전문가는 지금까지 일해왔던 곳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신없는 현장에서 함정전문가는 관리사무소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사무소 안에는 상당히 관록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설계도를 확인하면서
건설현장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함정전문가가 문을 여는 소리에 그의 시선이 함정전문가에게로 옮겨졌고
함정전문가의 얼굴을 본 그 중년의 남자는 미간이 살짝 찌푸려 지더니 함정전문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일하러 온 사람이요?"
걸걸한 목소리로 함정전문가에게 말은 건넨 그 사람은 현장의 총 책임자였고
함정전문가는 그의 중압감에 잠시 압도되었습니다.
함정전문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임자의 말에 답변을 했고,
책임자는 한숨을 쉬더니 함정전문가를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함정전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어려보이는 나이이며, 그다지 건장하지 못한 체격, 그리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 때문 이였습니다.
함정전문가를 데리고 간 곳은 이제 막 지반 작업이 시작되는 현장이였습니다.
거대한 드릴을 이용해 땅을 파 내려가는 모습은 소음만큼이나 웅장하게 보였습니다.
함정전문가에게 주어진 일은 땅을 파면서 사방으로 튀는 흙이 쌓일때마다
무너지지 않도록 한쪽으로 옮기는 일이였습니다.
현장 책임자는 손가락으로 삽이 있는 곳을 가르키더니 쌀쌀맞게 뒤돌아 가버렸습니다.
함정전문가는 이런 대접을 받는게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삽을 쥐어 들더니
한삽 두삽 흙을 퍼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소음방지 귀마개를 끼고 있었지만, 굴착드릴이 뿜어내는 소음은 굉장했습니다.
소리만큼이나 그 파괴력도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였습니다.
함정전문가를 포함해 상당수의 인원이 굴착으로 발생하는 흙을 치워나갔지만
드릴이 생성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고, 때문에 일이 매우 고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숨을 돌리기 위해 허리를 피고 돌아보니 함정전문가의 눈에 보이는 남자가 있습니다.
함정전문가가 몸으로 하는 고된 노역을 하고 있을 때 스위치만 누르면서 조작하는 모습을 보니 잠시 화도 났지만
오히려 그는 똑같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곤 다시 무한 반복에 가까운 삽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같이 삽질을 하던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조금 전 드릴을 조종하던 그 남자가 다가와
함정전문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점잖은 목소리로 함정전문가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 그는
처음보는 얼굴인데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함정전문가가 반갑다고 말을 합니다.
함정전문가는 그 드릴 조종사와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광활했던 연구소의 확장부지도 이제 제 모습을 거의 다 갖추어 갔습니다.
여느때처럼 일을 하다가 동료들과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던 함정전문가는
지면으로부터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느꼈다고 생각한 함정전문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횟수와 강도가 점점 강해지자 조짐이 좋지않음을 직감했습니다.
점차 강해지는 진동은 함정전문가의 발이 지면에서 떨어질 정도가 되어 갔습니다.
잠시 후 연구소 앞 공터가 갈라지더니 거대한 로봇이 나타났습니다.
그 로봇은 거대 화기들로 중무장되어 있었고, 초합금으로 이뤄진 몸체에 빛도는 광택은 매우 날카로웠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해하며 공황상태가 되어가던 그 순간,
로봇으로부터 확성기를 통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음성변조와 확성기를 통한 증폭으로 목소리는 구별할 수 없었지만
특유의 억양을 비롯한 특징들은 바로 현장 책임자라는걸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거대 로봇으로부터 나오는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대 로봇은 여유부리듯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는 적대국의 스파이였으며, 군사 과학의 연구자료 탈취와 시설 파괴를 위해 이곳으로 잠입했으며,
거대 로봇을 제지없이 들여오기 위해 굴착드릴을 통해 거대한 이동통로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함정전문가의 친구이자 굴착드릴의 조종사인 그 남자는 떨리는 두 눈으로 거대 로봇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거대 로봇의 팔에서 굉음과 함께 레이져 입자가 모이기
시작했고, 이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무차별적인 레이져가 발사되었습니다.
폭발의 충격과 함께 날아가버린 함정전문가는 자욱한 먼지사이로 드릴 조종사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봅니다.
수많은 인부들과 연구소의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거대 로봇은 쉴세 없이 레이져를 발사하면서
연구소를 폭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함정전문가는 드릴 조종사에게로 달려가 그의 생사를 확인했지만, 그는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였습니다.
슬픔에 찬 함정전문가에게 조종사는 천천히 드릴 조종기를 건네면서
함정전문가를 잠시 바라본 뒤 그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분노에 찬 눈으로 거대 로봇을 바라본 함정전문가는 조종기를 힘껏 쥐며 일어섰습니다.
하지만 조종을 해본 적이 없는 함정전문가는 움직이는 거대로봇을 상대로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때, 함정전문가는 연구소에서 개발이 완료되어 시연을 했었던 함정지뢰가 떠올랐고
곧장 연구소로 향했습니다
거대 로봇에 의해 여기저기 파괴된 연구소 사이로 함정전문가는 함정 지뢰를 찾아서 뛰어 나왔습니다.
거대 로봇이 포격을 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로봇의 다리 밑으로 들어간 함정전문가는
곧바로 함정지뢰를 설치하였고 지뢰는 발동되어 거대 로봇을 붙잡았습니다.
로봇이 당황하는 사이 함정전문가는 굴착드릴을 이동시켜 거대 로봇에게 떨어트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쇠와 쇠가 서로 불꽃을 일으키며 굉음을 내는 사이 로봇의 몸체는 점점 갈려나가기 시작했고
로봇 안의 탑승자인 현장 책임자는 괴성을 지르며 분노했습니다.
잠시 후, 굉음도 책임자의 괴성도 들리지 않고, 자욱한 흙먼지만이 휘날렸습니다.
안도하며 사태가 수습되었다고 안심하려던 찰나 지반이 무너지면서 함정전문가의 발밑이 주저앉았고
함정전문가도 그대로 추락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함정전문가의 눈 앞에 뽀글머리를 한 남자가 함정전문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용병 | [함정전문가] 진짜 사고싶은데. 쓸만할가요?[6] | 대위2당근아삭 | 2016-06-20 | 10 | 8116 |
용병 | [함정전문가] 본부 극딜[5] | 중사3기계로리 | 2016-07-10 | 4 | 66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