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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탈북자의 詩 (심약자는 보지마세요.)
작성자 소위3오직태연뿐 작성일 2011-04-08 16:46 조회수 25

 

 

 

 
밥이 남았네

 

어디서 얻었는지

찬 밥 한 덩이

아내 앞에 내밀며

남편은 즐겁게 말 했네

-나는 먹고 왔소

 

온종일 뙈기밭 일구고

뒤 산에서 돌아오신 시부모께

며느리는 그 밥덩이

배부른 듯 내 밀었네

-이것밖에 안 남았네요


  

임신한 새 아기

굶기는 게 평생의 죄 같아서

속이 더 주름지던 노인내외

보물처럼 감추며 말했네

-이 밥이면 아침은 되겠수

  

그날 끝내 밥이 없는 집에

밥이 남았네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석 달 전에 내 동생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따뜻한 옥수수라 했습니다.

 

  

두 달 전에 내 동생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불에 구운 메뚜기라 했습니다

 

  

한 달 전에 내 동생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어젯밤 먹었던 꿈이라 했습니다

  

지금 내 동생이 살아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건

이 달에는 이달에는 뭐라고 했을까요...

 

 

 

 

 

 

 

 




출석부

 


달리던 열차가 멎고

공장의 굴뚝들이 숨죽고

학교들과 병원마저

하나 둘 문 닫아도

 

  

백발의 교수는

하루같이 교단에서

출석부를 펼쳤다

부르튼 입술로

학생들을 호명했다

 

  

대답이 없을 때마다

자신의 가슴에 구멍 뚫린 듯

굶어도 배워야 한다고

애타게 호소하던 백발교수

 

  

그러던 교수가

오늘은 제 자리를 비웠다

인격의 높이

지성의 높이

스승의 높이로

학생들이 쳐다보던 교탁 위엔

故人의 초상화만 있었다

 

  

출석부는 펼쳐져 있는데

이름들은 기다리는데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여기저기 터지는

격정의 흐느낌

애타는 그리움이여

 

  

한 생을 순직(殉職)으로 이으시며

조국의 미래를 부르시던

스승의 그 출석부 앞에선

누구도 지각할 양심

결석할 권리 없어

 

  

학생들은 저마다 일어섰다

울면서 손들고 외쳤다

-선생님 제가 왔습니다

-선생님 제가 왔습니다

 

 

 

 

 

 

 



궁전

 


  

그 궁전은

산 사람 위해서가 아니다

수조원 벌려고 억만금을 들인 것도 아니다

 

  

죽은 한 사람 묻으려고

삼백만이 굶어죽는 가운데

화려하게 일어서

우뚝 솟아서

 

  

누구나

침통하게 쳐다보는

삼백만의 무덤이다

 

 

 

(작가의 말: 김정일 정권은 300만 大餓死 속에서도 국고를 털어 김일성의

시신을 보존할 금수산기념궁전을 지었다. 아마 그 돈으로

쌀을 샀다면 수십만의 목숨을 살려냈을 것이다)

 

 

 

 

 

 

 

 

 




거지의 소원

 


  

  

따끈한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싶어요

맹물에 말아서

된장 찍어 먹고 싶어요

 

  

옥수수 한 개만 있어도

하루에 한 알씩 뜯으며

엄마 찾아가고 싶어요

 

옥수수 두 개만 있어도

엄마를 만날 것만 같아요

 

  

하얗게 내리는 눈이

모두 쌀이었으면

 

혹은 자꾸만 쏟아지는

땡전이었으면

 

  

오늘밤 꿈에서도

개구리 먹으면 좋겠어요

꿈만 먹고 살았으면

생시에는 내가 남이었으면...

  

우리의 바람은

끝도 없어요

 

그러나 거지의 진짜 소원은

그 중에서 딱 한 번

  

남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어요

 

 

 

 

(작가의 말 :북한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가정해체 현상이 증가하면서

고아들만이 아닌 부모 있는 아이들도 거리를 방황한다.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이러한 아이들의 수는 중앙당 내부

강연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통계에 의하면 무려 2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효녀

 

 


울음 절반

통곡 절반

젖을 짜는 여인

 

  

먹지 못한 빈 가슴

애타게 부여안고

살을 찢는다

피를 뽑는다

고름을 짠다

 

  

옆에서 우는 아기 젖이 아니다

숨져가는 제 어머니 살리려고

펑 펑 울며 짠다

젖을 가진 딸이

젖밖에 없는 딸이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는 초췌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母性)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빵 사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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