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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선생이 오늘 괴한에게 살해당합니다!" 2
작성자 소위3엘프 작성일 2010-08-08 21:41 조회수 26
내가 윽박지르자 의사가 못내 아쉬운 듯 푸념을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그런데 신을 신다 말고,

 

남자가 난데없이 내 쪽을 올려다보며 묘하게 눈을 번뜩인다. 

 


"선생, 혹시 선생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나요?" 


"없소이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물음표를 붙이기가 무섭게 번뜩이는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뒤이어, 거실 벽의 한쪽에 표구된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저기 있지 않습니까?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내 알바 아니요. 우리 집사람이 가져와 걸은거요." 


"보세요. 그 환자의 예지는 틀림없이 적중합니다.

 

선생의 아파트 명칭, 호실, 심지어 저 모사품들까지도 꿰뚫고 있지 않습니다.

 

가령, 고흐의 ‘해바라기’ 뿐 아니라

 

모네의 ‘중국여인’도 표구되어 있다고 저에게 피력했었습니다. 

 

저기 걸려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그는 고흐의 액자가 표구되어있는 바로 옆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린다. 

 


"이래도 제 얘기가 허무맹랑하다고 묵살하실 겁니까?

 

지금 선생의 상황은 매우 급박합니다. 제발 제 말대로 따라주세요." 


난 잠깐 동요하게 된다. 그의 말에 은근히 동조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다.

 

때문에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이렇게 멀쩡하지 않소.

 

그렇다면 그 예견은 애초부터 틀려 먹었다는 반증이 아니요?" 


"아닙니다. 틀린게 아닙니다.

 

아마 조금 뒤에 사건이 발생할 겁니다. 그녀가 예견한 저 모사품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예견은 적중했습니다.

 

시간이 급박합니다.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합니다." 

 


난 잠깐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적어도 저 모사품이 이 집에 있다는걸 간파할수 있는 방법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생각이 번뜩 든 나는 그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이런, 잘도 날 속이려 수작을 부리는군!

 

당신, 당초 집에 들어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던 와중에

 

 저 그림들을 은근슬쩍 기억해 뒀단 걸 내가 모를 줄 아는가!" 

 


남자는 묵묵부답으로 날 노려본다.

 

아마도 내 예상이 적중했나 보다. 뭔가 불안해 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낸다.

 

그렇다. 아마도 음흉한 속셈이 깔려 있는 작자가 틀림없다. 절대 말려들면 안 된다. 

 


"선생,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분이군요. 제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토하며 연신 머리를 저었다.

 

그리곤 등을 돌려 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다음순간, 그 남자가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주머니에서 뭔가 묵직한 것을 꺼내더니 느닷없이 내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난 무방비 상태로 넋 놓고 놈의 일격탄을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돌아갈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풀썩 거꾸러질수 밖에 없었다.


아, 애초에.....문을 열어주지 말것을...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날 흔들어 깨우고 있는게 분명하다.

 

눈을 뜨니 요란하게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에 귀가 왕왕거릴 정도다.

 

난 미친 듯이 사방을 둘러본다. 이윽고 혼란스런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포착된다. 

 

 

바로 그 사람이다.

 


"머린 좀 괜찮습니까?"

 


아까 그 남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날 위로하는 척 한다.

 


"선생, 제가 선생의 정체를 언제 알았는지 아십니까?"

 


난 침묵한다. 그 남자의 능청스런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 주고픈 심정이다.

 


"바로 선생의 집에 '고흐'의 해바라기 모사품이 있지 않냐고 물어보던 순간이였습니다.

 

선생은 없다고 딱잘라 일축했죠. 전 순간 의아했습니다.

 

뒤에 선생이 구차하게 '집사람이 걸어놓아서 나 알바 아니다'라고 연유를 달았지만 저에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모사품이라고 해도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작품의 이름까지 모를수가 있나? 하물며 집주인이 말입니다..."

 


숨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이 치솟아 가슴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 없다. 내손은 수갑으로 단단히 포박되어 있기에... 

 


"그래서 전 한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고흐의 그림 바로 옆에 걸려있던 모네의 '일본여인'을 은근슬쩍 '중국여인'이라고 바꿔 말하며

 

 짐짓 선생의 반응을 주시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여전히 눈칠 못채더군요.

 

전 그때 비로소 확신했습니다.

 

선생이 이집의 주인이 아니란 것을,"

 

 

"..."

 

 

 

 

 

 

 

 

 

 

 

 

 

 

 

 

 

 

 

 

"그럼 선생은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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