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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이누나키 바위
작성자 대령4괴담 작성일 2020-03-01 21:16 조회수 1,047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우리 반에는 왕따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가난한 집 아이였는데, 언제나 악취가 나고 성격도 어두웠다.




아이 같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남자아이였다.


어느 날, 공민관 뜰에서 짚다발을 가지고 놀고 있다가 문득 충동적으로 짚인형을 만들어보았다.


오컬트를 좋아했던 나는, 예상외로 잘 만들어진 짚인형을 보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의 머리카락을 구해 짚인형 안에 넣었다.


이제 어디 박기만 하면 된다.


온갖 궁리를 하다, 나는 딱 좋은 곳을 찾아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동네에서 이누나키 바위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어두운 숲이 있어, 축시의 참배를 하기에는 딱 어울릴 거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벽에 갈 수는 없으니 토요일 방과 후에 가기로 했다.




대못과 짚인형, 망치를 들고 이누나키 바위로 향해, 바로 짚인형을 박을 나무를 찾았다.


하지만 죄다 백일홍이나 자작나무라, 뭔가 못을 박기에는 불안했다.


발밑에는 개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이누나키 바위가 있다.




문득 바위 사이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못을 박아보니, 생각 외로 별 저항 없이 못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인형 목에 못을 대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몇 번 망치로 꽝꽝 내리치고, 속이 시원해진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몇 주 지난 후에는 아예 잊어먹었다.


그다음 이누나키 바위를 찾은 건 몇 년이 지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 엄청 싸운 주말이었다.


처음 짚인형을 박았던 왕따당하던 아이도 멀쩡했고, 완전히 잊었을 터인데 내가 왜 또 그곳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난번처럼 또 이누나키 바위 앞에 섰다.




이전과 다름없이 어두운 숲 속 바위가 웅크리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인형을 박았던 자취는 없었다.


지난번처럼, 친구의 머리카락을 넣은 짚인형을 박는다.




목 밑에 못을 대고, 망치를 한껏 내리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는 그 다음 주에 화해했고, 이누나키 바위에 관한 기억은 곧 기억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그 후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졸업 전 아버지 머리카락을, 중학교 1학년 때 형 머리카락을 들고 이누나키 바위를 찾았었다.




그것들도 별일 없었고, 나는 그대로 까먹고 살아왔다.


완전히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 건, 10년 가까이 지나 간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는 여전히 연락하고 있었다.




어른이겠다, 같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른 녀석들도 찾아와 간만에 옛 친구들과 어릴 적 이야기에 신이 났었다.


이야기하던 도중, 나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왕따당하던 녀석이 결국 이른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없었기에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단다.


이야기를 들은 순간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건 어릴 적 장난일 뿐이다.


벌레를 돋보기로 태워죽이는 것 같은 놀이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그저 명복을 빌어줬다.




시간이 지나 3년 후, 취직하는 바람에 고향에서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냈다.


어느 날,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다.




제일 친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져,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망연자실해지고 있는데, 또 기억이 떠올랐다.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 때처럼, 친구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목에 못을 박았었다...


그것도 2, 3년 후에.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감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아버지 인형은 **에 못을 박았었다.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너무 끔찍했다.


그리고 1년 뒤, 형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장의사가 수습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형의 인형은 얼굴에 못을 박았었다.


나는 오컬트를 좋아하지만, 귀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초자연적 현상도, 불가사의한 힘도 마찬가지다.


이누나키 바위에 박은 짚인형과 일련의 죽음에 관해서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누나키 바위를 한 번 더 찾았기 때문이다.


형의 짚인형을 박고 2년 후, 중학교 3학년 때.


인간관계로 한참 고민하고 있던 나는, 약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대못으로 온몸 이곳저곳에 쾅쾅.


형이 죽은 지 곧 1년이다.


S현에는 아직도 이누나키 바위가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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