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도통 말이 없으신 분.
그냥 무뚝뚝한 분.
감정표현 안 하시는 분.
언제까지나 항상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분.
그런 아버지가
죽음의 과정에 발을 내딛으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길고 긴 도움의 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셨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아들이 ‘그런 아버지’를
낯선 병원, 요양원 침대 위가 아닌
그분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 익숙한 방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3년 반, 24시간 동안
마른 육체로 죽음의 과정을 경험하는 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때론 그저 묵묵히,
때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아들은
‘자식 된 도리’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매섭게 현실적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낯선 일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경험합니다.
1,254일째 되던 어느 날.
스펀지에 물방울 하나가 스며들 듯,
마치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가 슬며시 떨어지듯,
한순간에 떠나버린 아버지.
긴 생을 살고 죽음의 과정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날들을
온전히 함께 느낀 아들의 기록,
오늘 소개할 책은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입니다.
아버지의
너른 어깨가 좁아 보이기 시작했던
그 날을 기억하신다면,
두텁기만 했던 손이 나뭇가지처럼 메말라 보였던
그 날을 기억하신다면,
아버지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한
어느 아들의 특수한 여행기에 몸을 맡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아버지를 한번 떠올려보시기를.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출처:책속의 한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