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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공중분해」-『11』
작성자 중위2└Angel♥┐ 작성일 2010-04-30 16:06 조회수 113
애가 다 써놓고 저한테 안 보여줘서 연재가 늦어졌어요 ㅡ _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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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나가던 납치사건이다. 널리고 널린 납치사건이다.

연쇄납치나 연쇄살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사람들 눈길이 많이 가는 인도 한복판에 풀어줬다는것만으로도

초보 살인,납치범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잡아봤자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경미한 사건에다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18, 19살에다가

성폭행이나 협박같은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밧줄로 살작 묶었다가 돈이 없다고 생각되서,

인도에다가 풀어준 겁많은 18,19살 소년을 경찰서로 데려와봤자 , 여러번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불량 청소년이 아니고서야

버릇만 조금 고쳐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는게 대부분이라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다.

난 오블리스 오블리제에 사로잡혀 그녀를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고 , 먼지가 쌓인 사건기록부들을

입김으로 털어내며 15년이 넘지 않은 굵직굵직한 살인사건을 찾는데에 애썼다.

지금 가정은 거의 파탄지경이지만 , 내 삶이 파탄나는것보다 중요하진 않다.

내 삶이 파탄나지 않으려면 , 굵직굵직하고 손이 안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찾아내서 풀어내야만 한다.

운이 좋게도 첫장을 넘기자마자 연쇄살인사건이 날 반겨주었다. 

안경을 쓰고 , 평소에 잘 안 쓰던 초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은은한 빛이 , 내 자리 주변을 은은하게 비춰 주었다.

달빛에 의존하지 않고 , 은은한 빛에 의존해서 종이를 찬찬히 흩어볼때서야, " 수사종결 " 이라고

성의없이 붙은 포스트잇을 볼 수 있었다.

"하아..."

난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기고 읽기 시작했지만 , 모두다 자잘하고 찌질한 사건이거나 , 

지질학자가 땅을 연구하다가 공룡 뼈를 찾은것처럼 , 굵직굵직한 사건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알고보니 옆집 아주머니가 먹다 남은 닭뼈를 집 주변에 뿌린것처럼 , 그 사건들은 모두 " 수사종결 " 이었다.

그 이후 사건은 모두 " 수사종결 " 이었다. 

벌써 2시간째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찾는것보다는

집에가서 담배 한개피를 피면서, 방금 일어난 납치사건을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범인 잡아서 부모들에게

합의금 몇푼이라도 때어먹는게 훨씬 더 나았다.

" 꼬르륵 "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상태였다. 배가 아플 정도로 배가 고팠다.

갑자기 모기향처럼 삼계탕 그림이 내 눈 앞에서 불규칙하게 흔들흔들거렸다.

그러더니 ,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그림도 , 생생하게 풍겨오던 냄새도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난 바람이 불어온 쪽으로 걸어가면서 , 방금 맡은 냄새를 조금씩 추적해갔다.

" 어...어어? "

누가 성의없이 땅바닥으로 버려놓은 둥글볼펜을 밟은 모양이었다.

난 무게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팔꿈치로 땅 바닥을 강타했다.

" 쾅 ! "

굉음과 함께 , 팔꿈치가 바닥 아래로 쑤욱 빠졌다.

"어...어어?!"

난 다시한번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크게 뚫린 구멍에 빠질 뻔했다.

" ... 잠시만 , 이거... "

순간적으로 뇌하수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다.

난 신중하게 뒤로 몇발자국 물러나면서 , 천장에 붙은 전등을 켜 보았다.

"탁"

아크등처럼 밝은 빛이 켜졌다. 은은한 빛에 의존하다보니 , 그리고 너무 어둡게 작업하다보니 밝은

빛엔 면역이 안 되었다.

불을 키고 저 어두운 구멍 사이로 한발자국씩 다가갔다.

정확하게 정사각형으로 뚫린 구멍 바로 옆에 서서 , 머리로 아랫부분을 지긋이 응시하였다.

난 밑바닥에 아무것도 없는걸 확인하고 , 구멍 사이로 공중부양했다.

구멍 안에서 밖을 볼때서야 , 10년 전에 과학선생님이 알려주신 " 빛은 회절성이 약하다 " 는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 밖은 아크등처럼 밝지만 안은 새벽이 되기 전처럼 어두웠다.

난 팔을 더듬어 벽면에 붙은 스위치를 켰다.

"탁"

무슨 기술이었을까. 정사각형의 작은 블럭아랫쪽에 전등까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불을 키고 나서야 , 칠이 다 벗겨져서 발개벗은 불규칙한 갈색 철이 군데군데 존재했다.

매끄러운 느낌이 아니라 까칠까칠한 느낌을 가진 , 부식되버린 철의 느낌 말이다.

내 생각이 맞은건지 , 맞지 않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물쇠 하나가 덜렁덜렁 달려있는걸 보면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금고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 문은 폐공연장에서 , 배우들이 나오는 작은 길을 막아놓은 철문처럼 ,  오래됫다는 느낌을

주면서 , 의자에 앉아서 배우들의 공연에 재미있어하는 관객들을 생각하게 하는 상상의 나래도 펼칠수 있게 만든다.

혹시 칠성파가 숨겨놓은 조직금인가 ? 야쿠자가 숨겨놓은건가 ? 아니면 어떤 부자의 유산이 들어있나?

이런 거창한 추측들도 , 

시체 ? 아니면 어떤 꼬마가 장난쳐놓은것 ? 쩐의전쟁처럼 부처님 하나 ? 

등의 소심한 추측들도 난무했다.

어느것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추측" 이었고 , 추측은 탱탱볼처럼 방안을 튕기고 튕겼다.

어지러웠다 . 그렇게 많은 추측이 내 옆을 튕겨다닌다는게.

다행히도 벽면엔 사다리가 있었다. 아이들이 올라갈수 있을 만큼 , 작은 사다리였다.

난 부셔질것같은 , 100년도 넘게 된것같은 허술한 나무계단을

손수 발로 밟으면서 한계단씩 올라갔다.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지 않다. 올라가서 뚜껑을 닫아버리고 아무것도 없었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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